영화를 보고 나서 이안감독에 대한 부러움 섞인 욕지기가 나올 정도로 영화는 잘 만들어졌다. 난 남의 뛰어난 창조적 능력을 보면 질투심이 용솟음 친다. 실상은 쌀리에르도 못되면서...
그래서 이안감독에 대한 찬사의 의미로 처음으로 영화 이야기를 포스팅 해보려고 했지만 가뜩이나 블로그의 포스팅 주제가 난잡한데 되지도 않는 영화 평론까지 하면 난잡함이 지나칠 거라는 걱정에 주제를 색계(色界가 아니고 정식 제목은 色, 戒라는 사실) 속의 스파이 전에 한정하기로 했다.
물론 영화의 주 내용이야 주인공들의 위험하고 애절한 사랑 이야기이고 첩보전 이야기는 그런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한 무대 배경에 지나지 않지만 말이다.
먼저 이 영화의 실제 주인공들 -영화 속의 인물이 아니고 역사 속의 인물들-을 살펴보자.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보면서 극 중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실제 인물일 거라고 짐작했는데 역시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들의 이야기였다.
색계 영화속의 실존 인물
여주인공
여주인공은 실제 인물을 모사했다
그녀는 상하이 정법학원(법과대)에 재학 중 ‘良友(좋은 벗(?))’라는 잡지의 표지모델이 되면서 상하이 사교계의 주목을 받게 됐다고 한다. 이런 그녀에게 중경정부 첩보조직(조사통계실)의 천바오화가 접근해 항일운동에 동참할 것을 설득했다고 한다. 처음에 그녀는 일본인을 상대로 정보를 수집하는 일을 하게 된다. 일본인 혼혈 여성에게 중국에 애국하라는 요구를 하다니 싶지만 일반적으로 흔한 포섭대상이다.
일본인 입장에서도 혼혈이라는 이유로 쉽게 마음을 열고 그녀를 대했을 것이다.
남자주인공
양조위는 너무 미남이다. 고문할거 같은 딩모춘의 모습.
76호의 의미는 남경정부의 방첩본부가 상하이 제스필드로 76호에 위치했기 때문에 그렇게 불렸다. 달리 말해서 본부의 주소가 76호이기에 76호라고 불린 것이다.
그는 중국 공산당에 입당했다가 다시 중경정부 조사통계실에서 근무를 하고 다시 남경정부에서 일을 하게 된 특이한 인물이다. 국민당과 공산당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그의 행적은 변절이라고 말하기 충분하다.
이런 이력을 가지고 있는 그가 국민당과 공산당의 첩보조직에 크나큰 위협이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실제로 그는 ‘도살자’, ‘색정광’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야 그래도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졌지만 사진을 보면 저 별명 쪽에 가까운 얼굴이다.
그들 남녀의 관계
딩모춘의 방첩활동에 위협을 느낀 중경정부 조사통계실은 정핑루에게 딩모춘에게 접근하라는 지령을 내리고 1939년에는 그에 대한 암살명령을 내린다. 영화에서처럼 그녀의 집 앞까지 오지만 다른 일을 이유로 집안에 들어오지 않음으로써 실패로 끝난다.
그 해 12월21일 크리스마스 선물로 모피 코트를 사주기로 하고 그녀와 딩모춘이 모피 가게에 들어섰지만 뒤따라 들어오는 남자에게서 수상한 느낌을 받은 딩모춘은 영화에서처럼 바로 뛰어 달아난다.
딩모춘은 다시 나이트 클럽에서 만남을 약속하지만 그 약속은 이미 상황을 파악한 딩모춘의 함정이었다. 정핑루는 약속장소에서 76호의 행동대원들에게 체포되고 만다.
최후의 모습
정핑루는 1940년 2월 중순 22살의 나이로 상하이 교외의 벌판에서 총살을 당하고 만다. 딩모춘은 전후 일본 부역혐의로 체포되어 1947년 7월 46세의 나이로 난징 교도소에서 총살당한다.
영화는 영화다 사랑하는 사이라니..
정핑루의 막내 여동생은 영화 개봉 후 자신의 언니는 영화 속의 인물과 전혀 다른 순수한 애국투사였다고 울분에 찬 성명을 발표했다고 한다. 실제로 정핑루는 처형직전까지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서 입을 다물었고 아버지는 이듬해 병사했고 그녀의 남동생은 전투기 조종사로 일본군과 싸우다 전사했다고 한다.
사실 실제 역사인물을 보면 영화 속의 인물들은 상당히 왜곡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미화되고 더욱이 사랑에 빠진 걸로 묘사하다니 남은 가족이 느꼈을 분노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된다. 마치 논개가 일본 적장과 사람에 빠져서 동반자살했다고 미화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가 분개하는 것처럼 말이다.
2부에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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