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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아니 ET

곰팡 내 나는 Pause/Break key


마지막 키보드 위에 남아있는 컴퓨터 역사의 잔재를 다뤄본다. [Pause Break]키가 그 것이다. 이전에 다룬 Scroll Lock키라면 불이라도 들어오지만 이 키보드는 아무런 변화도 기능도 없다.

 

정말 쓸모 없어 보이는 황당한 키가 이 Pause Break키 이다.

 

하지만 이전에 다루었던 키들이 컴퓨터 초창기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면 이 Pause Break키는 컴퓨터 그 이전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키이다. 바로 전신기(telegraph)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키이다. 우리는 전신기를 서부영화에서 볼 수 있다. 모르스 부호(도스도스돈돈도스……)를 보내는 장치 말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전신기는 그 이후 자동 송수신이 되던 시절을 이야기한다. 종이 릴 테이프를 통해서 자동으로 받고 보내고가 되던 시절 말이다.

 

초기 전신기라면 장치가 계속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선을 끊거나 연결하는 것이 통신 시작과 끝이었다 하지마 그 이후 텔레타이프라는 장치가 나오면서 상황이 달라지게 된다.

 

여러분은 텔레타이프라는 장치를 아는지 모르겠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이전에 사용되던 중요한 통신장비 중에 하나가 텔레타이프였다.

 

Home Computer (by unknown)
Home Computer (by unknown) by Stijn Vogels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위 사진은 거창하기가 하늘을 찌르지만 요즘이라면 버튼 하나면 다 될 기능으로 보인다.

Doc Porter Museum of Telephone History
Doc Porter Museum of Telephone History by ThisIsIt2 저작자 표시비영리

일종의 자동 타자기라고 말할 수 있는 원격지에서 입력한 내용을 타자로 출력해주는 장치가 바로 텔레타이프라는 장치이다. 여기에는 종이 테이프(위 사진 좌측에 가는 종이)를 통해서 내용을 저장하고 다시 출력할 수 있는 기능까지 달려있다.

 

혹시라도 영화에서 나 박사요! 하는 차림의 사람이 기다란 종이테이프를 들여다 보는 모습을 본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일반적으로는 외신 같은 뉴스를 전송하는데 많이 쓰이곤 했다.

 

중요한 것은 텔레타이프라는 기기에 필요에 따라서 초기의 각종 제어 코드규격들이 만들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기술 적으로 보면 ASCII Code표에서 볼 수 있는 제어 문자들이 바로 이 것들이다.) 덕분에 텔레타이프의 송수신을 제어하는 [Pause / Break]키가 컴퓨터 키보드에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이런 역사적인 이유로 해서 여러분은 키보드로 소리도 낼 수 있다. ASCII 코드 규격에 땡(정말 땡~ 하는 종(Bell)을 쳐서 내는 종소리)소리를 내라는 코드가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후 전자식 삑 소리를 내는 것으로 타협이 되어 있지만 말이다. 이런 모든 것들이 컴퓨터 이전의 전신기에서 온 규격들이다.

 
원도우즈의 커맨드 모드에서 아래의 문장을 치면 역사와 전통이 살아 있는 삑 소리를 들을 수 있다.

 

echo ^G

 

^G는 [Ctrl + G]를 누르면 입력된다. ^와 G를 입력하라는 뜻이 아니다. 저 문장의 의미는 ^G를 화면에 출력하라는 뜻이고 ^G는 Bell코드이기 때문에 삑 소리를 내게 된다.

 

그럼 지금 기능은?

역사야 그렇게 옛날 옛적에 만들어진 규격이라고 하지만 컴퓨터에서는 나름대로 의미를 가지고 사용되었다. 대표적인 용도가 프로그램의 일시 중지와 중단이라는 기능이다.

 

DOS 시절에는 [Ctrl + Break]는 프로그램을 중단시키는 기능 주로 했다. POST 상태에서의 BIOS 정보화면에서 [Pause]는 일시 중단시키는 역할도 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키 이름대로의 역할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기능들이 지금은 거의 쓸모가 없다. 정말 옛날 옛적의 흘러간 기능이다. 하지만 아직 사용되는 기능이 있기는 하다. 이름과는 전혀 상관 없는 기능이지만 말이다.

 

원도우즈 키와 [Pause] 키를 함께 누르면 시스템 등록정보가 열린다.


뭐 키보드에 젹혀있는 글과는 전혀 관련 없는 기능이고 그다지 자주 사용할 필요도 없는 기능이지만 아무튼 현제 사용되는 용도는 이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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