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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한 기자야

중국 우유파동은 우리 타산지석이 아니다.

타산지석(他山之石)이라는 말이 있다. 직역하면 남의 산의 돌이라는 뜻이지만 《시경》 〈소아편(小雅篇)〉의 '학명(鶴鳴)'에 나오는 구절로 '他山之石 可以爲錯;다른 산의 못생긴 돌멩이라도 구슬 가는 숫돌은 됨직한 것을'이라고 한다. 보통 남의 허물을 보고 나의 잘못을 예방한다는 뜻으로 많이 쓴다.

 

중국 멜라닌 분유 파문에서도 타산지석하려는 기사들이 많이 보인다. 참 좋은 태도라고 칭찬하고 싶다가 기사 내용을 읽다 보면 한숨이 푹푹 나오는 경우가 너무 많다.

 

왜냐하면 우리의 허물을 이야기하고 싶어하는데 그 예로 드는 경우가 공업용 우지 사건’, ‘포르말린 통조림’, ‘쓰레기 만두같은 경우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충격적인 식품 관련 보도로 기억하기 때문에 인용하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정말 저 예들이 중국 멜라닌 분유파동에 어울리는 예일까? 저 예의 대부분은 기자가 사람 잡은 예이지 결코 중국 분유 파문에 어울리는 예가 아니다.

 

기자가 일반 대중이냐

기자는 대중에게 어떤 사실을 널리 알리는 존재이다. 당연히 대중에 비해서 조심스럽게 사실을 확인하고 바르게 전달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선 저 예로 든 사건들의 진실을 이야기해보자.

 

공업용 우지 사건:. 라면을 튀기는 기름 원료를 공업용 소기름을 사용했다고 해서 삼양 라면이 치명적 타격을 입었던 사건이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은 무죄였다. 진실은 소기름이 공업용이냐 식용이냐의 구분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서 사용 한 것이 아니고 맛과 영양을 생각해서 사용했던 것뿐이다. 지금은 모든 라면회사가 트랜스지방 듬뿍 들어 있는 기름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옛날 맛이 안 나는 것은 이유가 있다.

 

아무튼 기자들은 정확한 사실 확인을 안 해서 삼약 라면만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고 그 공장 근로자들만 생계에 큰 위협을 당했던 사건이다.

 

포르말린 통조림 사건: 통조림의 부패를 막기 위해서 포르말린을 넣었다는 엽기적인 사건이다. 상식적으로 통조림에 다시 방부처리를 한다는 말이 말이 되는가? 말이 웃다가 경기할 이야기다. 많은 영세 통조림 공장이 망하고 자살자 까지도 나온 사건이다. 이 사건도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이 났다. 통조림을 정상 제조했을 때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포르말린 성분뿐이었기 때문이다.

 

쓰레기 만두 사건: 이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진실을 알고 있는 사건임에도 기자라는 사람만 모르는 일인 거 같다. 저 만두파동의 진실은 자투리 무를 사용한 것뿐이었는데 과장된 보도로 인해서 많은 만두회사가 망하고 자살자가 난 사건이다.

 

이런 잘 못된 보도가 단순히 국내 독자에게 잘못 된 인식을 주고 식품에 대한 불신감과 막연한 불안감을 주는 것뿐만이라면 다행이지만 주변 국가에서도 이런 기사를 국내 독자와 동시에 읽고 있다는 게 문제다.

국내 독자들은 다시 정정된 올바른 정보를 얻을 기회가 많지만 일본이나 중국 같은 주변 국가에서는 잘못된 기사를 접하고 나쁜 인상을 받는 다면 그걸 다시 돌리는 일은 막대한 홍보 비용으로도 감당하기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저런 소식이 중국이나 일본 인터넷에서 쉽게 인용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국 식품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식으로 말이다. 안전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당연히 떳떳하게 밝혀야 하지만 잘못된 오해를 계속 양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우리 식품의 안전성

우리가 먹는 식품에는 비위생적인 문제 조잡한 조리 저급 재료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사람이 먹고 당장 죽거나 탈이 날 일을 고의로 벌인 경우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유통되는 식품을 먹고 죽거나 중병에 걸린 예로는 농약 번데기사건 정도가 기억 날 뿐이다. 이 것 조차도 유통과정에서 고의가 아닌 실수로 번데기가 농약에 오염되어서 생긴 사건이었다. 덕분에 한동안 번데기를 먹을 수 없었지만 말이다. (요즘 번데기는 전부 수입산으로 알고 있다)

 

식품 안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당연한 문제지만 언론이 과장하고 선동하는 건 큰 문제다. 여러 무고한 사람이 이런 일로 목숨을 끊었고 해외에서는 우리 식품에 대해서 오해와 편견을 가지게 된다. 기자들은 자신들의 기사 장사에만 신경 쓸게 아니고 기자 본분에 좀더 충실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이던 후진국이던 외국에서 수입되는 식품 안전에는 큰 주의가 필요하다. 수입업자들은 이윤이 많은 식품을 수입할 뿐이고 일이 잘 못되면 이름만 바꾸면 되기 때문이다. 수입업자들이야 수입한 죄뿐이 없고 검사와 허가는 국가 책임이니 소비자만 피해 볼 뿐이다.

중국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중국 식품 나쁘다고 욕하지 말아라 한국 업자들이 싸구려 불량품만 찾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라고..

우리 식품 업자는 이렇게 말한다. '중국 납 꽃게'니 뭐니 욕할 거 없다. 우리도 홍콩에 사고 사과 수출하면서 자갈 깔아서 보내고 철심 박아서 보내고 다 했던 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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