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와병과 관련된 KBS의 미디어 비평을 보면서 좀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이런 류의 프로그램들이 뻔히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알면서도 피차 알고 있는 사실은 무시하고 항상 자신은 아닌 것 처럼 비평만 하려고 하는 태도가 속을 거북하게 했다.
김정일의 와병설이 나오면서 여기 저기서 각종 보도를 쏟아내기 시작했고 여기에는 온간 희한한 이야기들이 나왔다. 여기서 문제 되는 건 기자들이 첩보와 정보를 구분하지 않고 책임감 있는 정보출처에 대한 구분 없이 독자들에게 마구 정보를 쏟아 냈다는 점이지 정부측에 그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점이다.
솔직히 국회정보위원회 소속 국회위원들이 국정원의 브리핑을 받고 그걸 바로 기자들에게 쏟아 내는 모습은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여기서 정보전 분야에서 알고 있는 사실을 노출 시키는 게 얼마나 위험한가를 생각할 때 놀라운 모습이다. 과연 그 위원들이 그렇게 생각이 없는 걸까?
과장된 보도의 진실
흔히 “소리 없는 전쟁”이라고 말하는 첩보전에서는 정보의 공개에는 항상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고 목적이 있기 마련이다. 국정원이 산업스파이 수사 이외의 사건에서 직접적으로 정보를 공개하는 일은 거의 없다. 따라서 국정원을 좀 똑똑하다고 생각한다면 거기서 노출된 정보들은 첩보와 역정보가 교묘하게 섞여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2008/09/10 - [숨겨진 이야기/간첩 또는 스파이] - 김정일을 감시하는 방법)
국정원은 정기적으로 분석자료를 대통령에게 직접보고 한다. 이런 자료가 공개되는 일은 없고 이 자료가 공개된다면 그건 대형사고다. 이번 사태에서도 기실 공개된 정보는 첩보수준으로 대중의 흥미를 끌고 언론사의 고픈 배를 채워주는 것 이상의 정보는 없었다. 김정일 직접 양치질을 할 수 있다니...
유일한 문제점
결국 유일한 문제점은 저런 가십성 먹이를 덥석 물고는 첩보와 정보 구분도 없이 기사를 양산해 내놓고 거기에 사설까지 써놓는 것이다. 기자들이라면 당연히 첩보와 정보의 차이쯤은 알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독자에게 어떻게 전달 할 것인가가 문제인 것이다. 어느 언론이고 독자를 낚고 싶은 욕심은 있다. 하지만 낚는 방법의 문제인 것이다. 일반적인 경우 첩보를 입수하면 그들 용어처럼 팩트 확인을 거치지만 이번 사건 같은 경우 그런 확인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가십거리는 가십거리 차원으로 접근을 했어야 한다.
쉽게 먹을 수 있는 먹이를 정보관련 기관들이 흘려 준다면 그건 미끼일 뿐이지 진실일 수는 없다. 진실일 경우에는 먹이를 주는 이유를 생각해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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