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하고 용감하기까지 한 기자들
요즘 시끄러운 석면 소동에서도 느낀 거지만 언론이라는 매체가 ‘소경 매질하듯’ 과잉 선동 그리고 그 이후의 혼란을 방치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 사회의 학습능력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도 잘난 척 하면서 이렇게 말을 하지만 나 자신도 어쩔 수 없이 언론의 장난에 놀아 날 때가 많이 있습니다.
단적으로는 얼마 전 소금에 함유된 석면이야기를 듣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소금에 석면이 함유되다니 하고 말입니다. 알고 보니 소금을 저장하는 창고의 슬레이트가 부식되어서 떨어지는 것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석면에도 종류가 있고 무조건 위험성을 과장할 필요는 없습니다. 더욱이 아직도 석면 먼지 풀풀 날리면서 철거 등의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니 말입니다. 소금 속에 석면보다 이 공사장의 석면 가루가 더 위험하고 치명적이지요.
라돈이 몸에 좋다고 라돈탕을 홍보하던 게 얼마 전이기도 한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좋다는 말에도 나쁘다는 말에도 너무 쉽게 흔들리지 말아야 합니다. 기자들은 대중의 호기심과 관심으로 먹고 살기 때문에 교묘한 과장을 일삼고 가장 큰 문제는 거기다 종교적 확신과 전문지식의 무지가 더해진 기사를 작성한다는 것입니다.
장수 식품의 비밀
“90세 이상 장수하는 노인들은 주로 된장국과 보리를 섞은 현미밥을 좋아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막 나가 방송의 김 개똥기자였습니다.”
어떻습니까? 된장국이나 보리밥 현미밥이 건강에 좋아 보이지 않습니까? 여러분도 건강을 위해서 입에 맞지 않아도 저런 음식을 억지로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으시나요?
근대 된장국 by minwoo
아이들에게 저런 음식을 억지로 강요하지는 않으셨나요? 하지만 다시 생각해볼까요?
90세 이상 노인이 햄버거, 피자, 콜라 아니면 라면 삼겹살 이런걸 즐겨 드시고 좋아하실까요? 당연히 간혹 특이하신 분이 뒤 늦게 저런 음식의 맛을 아시고 좋아하는 분들이 있기는 하지만 현실은 대부분 싫어하십니다. 익숙한 맛이 아니니까요.
무슨 음식이 건강에 좋다고 한참 이야기하다가 다시 몸에 나쁘다고 이야기하는 뉴스들 경험이 있을 겁니다. 이걸 과학자들이 잘 못한 엉터리 연구 탓이라고 오해하는 분들이 종종 있지만 실상은 기자들 탓입니다.
진짜 과학 연구라면 몸에 좋다 나쁘다 장수한다 이런 식의 애매한 말을 안 쓰니까요. 몸에 좋다는 말이 뭘 의미하는지 애매합니다. 그리고 장수의 근본 이유가 불명확한데 어떻게 장수한다고 하겠습니까?
등 푸른 생선이 몸에 좋다?
최근 새롭게 이야기되는 이야기 중에는 생선이 몸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참치가 그런데 몸에 수은 농도를 높인다는 이유입니다. 이전에 알려진 건강 상식과는 배치되는 이야기지요. 하지만 그냥 그렇다 정도로 인식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지방이 잔뜩 들어있는 삼겹살만 먹을 것도 아니고 토끼마냥 풀만 먹고 살수도 없으니까요. 골고루 맛있게 먹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갑자기 충격적으로 나오는 새로운 이야기라면 어느 정도 무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그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별로 없으니까요. 궁금하다면 진짜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하겠지만 그 전문가들은 딱 부러지는 이야기는 잘 안 합니다. 왜냐하면 전문가니까요.
경험상 쉽게 딱 부러지는 말을 잘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비전문가이면서 사이비인 사람이 많더군요. ‘귀가 도자전 마룻구멍’이라는 소리도 다 서당에서 개 키우던 시절에나 통하던 말입니다.
누군가 강력본드를 사면서 "이거 얼마나 오래 쓸 수 있어요?"라고 질문할 때 여러분은 뭐라고 답할 수 있습니까? 이런 류의 우문을 우리는 전문가에게 하게됩니다. 이 때 사이비라면 1년입니다라고 단언을 한다는 겁니다.
아무튼 기자들이 발로 기사를 쓴다면 읽는 독자들이라도 똑똑하게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떡같이 쓴 기사도 독자들이 찰떡같이 읽는다면 결국 개떡 같은 기사들은 점차 사라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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